자급제폰테크 나란히 21도루…누가 ‘대도왕’이 될 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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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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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6-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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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민(35·LG·왼쪽 사진)은 지난 17일 잠실 NC전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넷으로 출루해 여유 있게 2루를 훔쳤다. 시즌 20번째 도루였다.
같은 날 정준재(22·SSG·오른쪽)도 고척 키움전에서 7회초 시즌 20도루를 채웠다. 선두타자로 우중간 안타를 치고 나간 정준재는 후속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둘은 리그 반환점을 향하는 시점에서 도루왕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앞서 3년간 도루왕에 오른 조수행, 정수빈(이상 두산), 박찬호(KIA)가 주춤한 새 18일까지 도루를 하나씩 더한 박해민과 정준재가 1위(21개)에 올라 있다. ‘추격자’ 그룹인 최지훈(17개·SSG), 김주원(15개), 천재환(14개·이상 NC) 등과 격차를 벌렸다.
1990년생 박해민은 검증된 ‘스틸러’다. 2015~2018시즌에 이미 도루왕 4연패를 달성했다. 올해도 20도루를 채우며 12시즌 연속 20도루를 달성, 정근우(은퇴)의 11시즌 연속 20도루 기록을 넘어 KBO리그 최초 기록을 새로 썼다.
기록 사냥은 계속된다. 박해민이 이번 시즌 7년 만에 도루왕에 오르게 되면 김일권의 최다 도루 타이틀(5회)과 타이를 이룰 수 있다. 통산 432도루로 역대 5위인 박해민은 500도루를 향한 목표 의식이 분명하다. KBO리그 출범 이래 통산 500도루 이상 기록한 선수는 전준호(549개), 이종범(510개), 이대형(505개)뿐이다.
2003년생 정준재는 대도계의 신흥강자로 존재감을 부쩍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얼리 드래프트로 SSG에 지명된 정준재는 첫 시즌에 바로 16도루(88경기)를 성공했다. 지난 17일 도루 2개를 더할 때까지 지난 시즌부터 30연속 도루 시도를 실패 없이 성공했다. 이종범 KT 코치(29연속)를 넘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지난 18일 키움전에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도루 실패를 경험했다. 시즌 초반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도 정준재는 꾸준히 도루에 성공했다. 최근 들어서는 타격까지 살아나며 도루 페이스가 빨라졌다.
통산 최다 도루 기록을 보유한 전준호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박해민은 꾸준하다. 30대 중반이지만 지금도 도루에 필요한 스피드, 슬라이딩, 스타트 모두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준재에 대해서는 “뛰면서 가속력이 더 좋아진다. 슬라이딩할 때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는 점도 좋다”고 강점을 분석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함께 도루에 따르는 견제, 부상 등에도 도루에 대한 의지가 강한 선수”라는 점에서는 박해민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18일까지 95.5%의 도루 성공률을 보여준 정준재를 향해서는 “리드와 보폭을 늘려서 보완한다면 50도루도 가능한 선수”라고 잠재력을 인정했다.
결국 도루왕 경쟁은 누가 더 많이 출루하는지에 달려 있다. 18일 기준 타율은 박해민이 0.244, 정준재는 0.235에 머물지만 출루율은 각각 0.370, 0.328로 준수하다. 전준호 위원은 “도루는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누상에 나가서 많이 뛸 기회를 잡는 것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살 엄마의 머릿속엔 100년의 기억이 뒤엉켜 있다 어느 순간 아무 기억이나 불쑥 솟구치는 모양이다. 어느 날 아침, 뜬금없이 물었다. “아이, 규갑이는 살았다냐 죽었다냐?”
규갑이가 누군지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게 누구냐고 되물었다.
“규석이 동생이제.”
그제야 기억이 났다. 엄마가 규갑이라 부르는, 전남편의 먼 피붙이를 나는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그냥 중학 시절의 집 주인아저씨다.
그 집에서의 기억이 모든 집을 통틀어 가장 비참했다. 그래서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다. 주인집과 벽에 지붕을 얹어 간이로 지은 그 집엔 창문도, 화장실도 없었다. 방문을 열면 견고한 벽이 아니라 반투명 비닐로 겨우 바람만 가린 부엌이었다. 그 무렵 나는 장염을 앓았고, 주인집의 현관문은 밤 9시면 잠겼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팠던 나는 별수 없이 부엌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급한 불을 꺼야 했다. 부엌에서 뒷일을 처리해야 하는 서글픔보다 더 서글펐던 건 반투명 비닐 밖으로 어른거리는 주인집 아들 방의 불빛이었다. 하필 그 아이는 나와 나이가 같았다. 그 시간에 담벼락 전망뿐인 창문을 열 리는 만무했지만 나는 그 아이 앞에서 늘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가느다란 기억의 끈을 오랜만에 부여잡은 엄마가 덧붙였다.
“규갑이가 우리헌테 참말로 잘했다. 우리가 하도 쫓게낭게 즈그 집으로 오라드라. 덕분에 거개서 오래 살았제.”
나는 까맣게 모르는 이야기였다. 걸핏하면 형사들이 집으로 찾아오는 통에 서울로 이사 간 뒤 한집에서 오래 살지 못했다. 규갑이 아저씨 집에서만 3년 가까이 살았다. 그게 아저씨의 배려였던 모양이다. 빨갱이를 자기 집에 들이는 게 어찌 쉬웠으랴.
아저씨 집에는 시조카들이 수시로 얹혀살았다. 그 집에는 수세식 변기가 있는 욕실이 있었지만 시조카들은 나처럼 야외 수도를 썼다. 아침에는 밥 지으려는 엄마와 나와 시조카 두엇까지 늘 북적거렸다. 야외 수도를 쓰는 동지여서일까, 시조카들은 나를 예뻐했다. 어린 나이에 출근해야 하는 처지이니 더 급했을 테지만 기꺼이 나를 위해 양보해주었다. 다이얼 비누를 처음 써본 것도 그 언니·오빠들 덕분이었다. 다이얼 비누로 세수를 하면 얼굴에서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났다. 신문물의 감각이라고나 할까?
밤 9시 전, 주인집 화장실에 가면 야외 수돗가에서는 맡을 수 없는 향기가 났다. 남의 변기에 앉은 채 나는 매의 눈으로 비품을 살폈다. 우리 집 수건보다 두 배는 두툼한 듯한 송월타월, 써본 적 없는 아카시아 샴푸, 그때의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나는 가닿을 수 없는 세상의 증표였다. 그런 증표를 나는, 시조카들은, 쓸 수 없었다. 일부러 못 쓰게 한 것도 아닐 텐데 나는 괜스레 아주머니가 원망스러웠다. 시조카들이 한겨울에도 욕실을 놔두고 수돗가에서 씻는 것 역시 아주머니가 눈치를 주었기 때문일 거라 지레짐작했다. 머리 굵은 중학생이랍시고 저런 게 소시민성이려니, 내심 비웃은 적도 있다.
엄마가 규갑이 아저씨 얘기를 꺼낸 날 마침 아저씨 형의 딸, 그러니까 나와 수돗가 동지였던 언니가 찾아왔다. 이만저만 해서 아주머니를 원망했었노라 털어놨더니 언니가 손사래를 쳤다.
“아이가, 짝은어매 참말 좋은 사람이어야. 니도 생각해봐라. 울 아배가 빨갱이로 찍힌 사램인디, 고것만 해도 딱 짤라불고 싶었을 것인디, 우리들 다 받아줬어야. 짝은어매, 몸도 약허디 약허다. 그 몸에 자기 자석 너이에 우리꺼정 월매나 고됐을 것이냐. 긍게 노상 울쌍이긴 했어도 우리헌티 모진 말 한 번 안 했어야. 우리가 알아서 눈치 보고 그런 것이제. 나넌 서이는 고사허고 한나도 안 받는다. 시조카가 뭐라고 내 집서 묵에살릴 것이냐!”
언니 말이 옳다. 내 자식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고 죽는소리 해대는 요즘이다. 자식 넷에 시조카 셋, 멀고 먼 빨갱이 친척인 우리까지, 생각해보면 아주머니가 진짜 부처다. 내 상처만 쓰라려서 지금껏 아주머니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막둥이가 나보다 예닐곱 살 아래였으니 이제 아주머니도 90을 바라보는 할매가 되었겠다. 묵은 원망이 마음을 막아 여태 연락할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다. 이제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다. 주어진 삶이 몸에 부쳐 노상 찌푸리고 있던(어린 나는 우리에 대한 거부로 읽었던) 아주머니가 처음으로 그립다.
‘의대생 복귀’를 두고 의료계가 뜨거운 논쟁 중이다. 그간 의대생의 수업 거부 투쟁을 지지하던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달 안에는 돌아와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북·경북 등 각시도 의사회들이 잇따라 복귀 촉구 성명을 냈고, 의대생·전공의 일부는 복귀자 수요 조사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의대생들은 유급·제적을 감수하며 수업 거부 중이다. 수치상으로는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1만9475명)의 42.6%(8305명)가 유급 대상자로 확정됐으나, 학칙상 유급 처리를 결정하지 않은 학교들이 다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의대생의 90%가량이 수업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의대생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지난 18일 만난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누구보다도 사태가 빨리 해결돼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의대생들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라고 말했다. 20일 전화 인터뷰를 덧붙여 이 위원장과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지난 5월 초까지 등록기간도 연장했다. 이에 대해 ‘특혜’를 준다는 말까지 있는데, 아직도 대다수가 돌아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 입장에서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의대 정원 논의를 지난 정부처럼 졸속으로 논의해서 진행하는 것에 대한 견제 수단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로는 돌아갔을 때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다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정원 동결이 이미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될 수 없다.”
-하지만 복귀하지 않으면 ‘트리플링’(3개 학년이 한꺼번에 교육받는 것)으로 인해 앞으로 교육여건이 더 어려워지지 않나.
“이미 ‘트리플링’보다도 더한 상황으로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한 학교들이 있다. 시설은 그대로인데 학생 수가 3~4배로 늘어난 의대들도 있다. 의대는 ‘카데바 실습’(해부학 실습) 같이 5명이 해도 한계가 큰 수업들이 많은데, 현 상황이면 15~20명이 해야하는데 불가능하다.
어떤 학교는 본과 실습을 수련병원에서 다 할 수가 없어서 몇몇 보건소, 병원들과 협약(MOU)을 맺고 학생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병원들에는 수련병원과는 다른 종류(중증도)의 환자들이 온다. 전문의나 교수가 아니라 전공의, 일반의가 교육을 하는 상황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증원 전보다 교육 현장에 다소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교육부는 지난 3월에 교원 선발과 신축이 완료됐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해부동 건물을 신축하겠다고 한 국립대 9곳은 아직 부지에서 삽도 뜨지 못했다. 한 대학은 임상의학 교원 106명 모집 중에 겨우 9명만을 채용했다. 어떤 학교에서는 실습 나갔던 학생들이 다시 돌아오기도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복귀를 위해서는 ‘과부하’된 교육 현장에 대한 대책이 앞서 나와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기적으로는 의대 증원의 지속적 동결이나 감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인가.
“학생들이 정확히 ‘몇 명’이냐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의사 수 추계 과정에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전망 뿐만이 아니라, 당장 늘어나는 인원을 각 대학이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 여건을 제대로 파악해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원적으로 정책 수립 과정에 저희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6월이 복귀 마지노선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언제까지 현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지노선’이 있는가.
“사태 해결은 빠를수록 좋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는 교육 여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3월, 4월, 5월이 마지노선이라며 학생들을 계속해서 압박했다. 정부가 전 정부의 ‘습관’인 강제 복귀 유도가 아니라 교육 여건 마련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사태를 마무리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의대협 차원에서도 그간 정부나 국회와 꾸준히 소통을 해왔다. 그러나 전 정부에서는 권한대행이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사퇴하거나, 본인 부처 소관이 아니라는 등 책임자들이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려웠던 점이 있다. 현 정부에서 여러 위원회나 TF(태스크포스)가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통해 실질적인 해결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 의대협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복귀를 원하는 개인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빠른 시일 내 수업 수강은 학생들이라면 모두가 원한다. 그 조건의 충족 여부에 있어서 여러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의대협은 현재 40개 학교 대표들에게 전화나 채널 등을 통해 문의하는 여러 의견을 수령하고 있으며, 학생 복귀라는 목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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