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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 쪽방에 설치된 에어컨···현실은 “더워도 에어컨 못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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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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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07-0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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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북성로의 약 3.3㎡ 쪽방에 20년 넘게 살고 있는 이윤덕씨(73)의 방에는 에어컨이 있다. 한때 한낮 기온이 34도에 육박했지만 그는 더이상 더위 속에서 여름을 나지 않아도 된다. 대구시가 지난해 설치해준 에어컨 덕분이다.
이씨는 “매년 ‘이 여름을 또 어떻게 견디나’했는데 에어컨이 있어 한결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아직 에어컨 없이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올 여름 폭염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씨와 같은 쪽방주민과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만큼 더운 지역이라는 뜻으로 ‘대프리카’라고 불리는 대구는 지난해부터 에어컨 설치 등 주거취약계층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9월까지 예산 약 3억5900만원을 들여 노숙인 605명, 쪽방주민 539명 등 총 1144명에 대한 폭염보호대책을 추진한다. 당초 8월까지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폭염기간이 예년에 비해 길어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사업기간을 1개월 연장한 것이다.
지난 2023년부터 시작한 쪽방 건물 에어컨 설치사업도 계속된다. 대구시는 지난해까지 에어컨 총 111대를 설치를 완료했다. 올해는 10대를 추가 설치한다.
문제는 에어컨을 설치해도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쪽방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대구시는 2023~2024년까지는 에어컨 설치가 이뤄진 쪽방에 대해 7~8월분 전기료 총 10만원을 지원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결국 에어컨 가동비용은 쪽방 주인이나 거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더워도 에어컨을 쉽게 켤 수 없게 된 셈이다. 건물이 낡아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대구쪽방상담소와 반빈곤네트워크는 쪽방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름철만이라도 공공임대주택 등에서 임시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에어컨을 놓는 등) 현재 방식으로는 폭염 주거취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쪽방도 있다”며 “더위와 추위가 극심한 시기만이라도 주거 취약층이 거주할 수 있도록 소량의 임대주택 물량이라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그러나 주거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돌봄 보다는 자립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임대주택 제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 모텔 등 임시숙소를 마련해 일시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는 7~8월 동안 고령 및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 약 25명이 머물 수 있는 모텔 및 게스트하우스를 확보한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거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대구시 정책의 방향”이라며 “시민단체 등이 요구하는 임대주택 제공과 같은 안은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몇년 전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여름 여행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바다, 계곡, 강, 실개천까지 모두가 ‘물’을 말하는 중이었다.
“여름은 바람이지.” 아무 말이 없던 20년 차 여행작가 선배가 불쑥 한마디 했다. 아침 바람, 찬 바람도 아니고 여름바람이라니. 뚱딴지같은 소리에 모두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잠시 뜸을 들이던 선배는 여름엔 바람이 좋은 곳으로 가라고, 신선 같은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 여름 서천에 다녀온 후 그 말을 이해하게 됐다. 바람 쐬러 간다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 서천이었다.
▲짠내 빠진 해풍을 상쾌하게 들이마시길 바람, 장항송림산림욕장
서천에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장항송림산림욕장이다. 솔숲에 들어서자마자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청량한 공기가 코끝에서 몸 전체로 금세 퍼진다. 분명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인데 비린내가 전혀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1만2000여그루의 소나무가 거친 해풍을 어르고 달래서 ‘순한 맛’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장항송림의 시작은 1954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모래로부터 주변 농경지와 가옥을 보호하기 위해 인근 장항농고 학생들이 2년생 해송을 심은 것이다. 바닷바람과 세월을 이기고 자리를 지킨 결과 생태, 경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2021년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됐다.
소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은 서너 명이 나란히 걷기에 좁은 듯하지만 그래서 더 정겹다. 중년 여성들이 오솔길을 걸으며 여고생처럼 까르르 웃음꽃을 피워낸다. 중간중간 쉼터와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쉬어가기 좋고, 발길 아래로는 맥문동, 해국, 송엽국 등 다양한 초화류가 소나무 그늘 아래 자라고 있다. 8월 말이 되면 보랏빛 맥문동꽃이 장관을 이룬다. 600만본이 식재된 맥문동 꽃밭은 전국 최대 규모로 매년 10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송림 북쪽 끝에서 바다 반대 방향으로 1분만 걸어가면 어린이들을 위한 숲속 놀이터가 나온다. 일반 아파트 놀이터보다 기구 종류도 2배 이상 많고 소나무 그늘 밑이라 덥지도 않다. 산림욕은 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지루해할지 걱정인 부모님들도 맘 편히 방문해도 좋다.
▲재밌길 바람, 장항도시탐험역
장항선의 종착역인 장항역은 장항항, 장항제련소와 함께 지역 경제 발전을 견인했다. 해방 후에도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교통 거점으로 활약했으나, 도로 교통의 발달로 2008년 화물만 취급하는 간이역이 되었다가 2017년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그리고 2019년 리모델링을 거쳐 ‘장항도시탐험역(사진)’으로 재탄생했다. 역사와 광장은 전시, 공연, 행사를 진행하는 문화관광플랫폼이 되었다.
현재 14명의 예술 작가들이 참여한 <장항 1931, 움직이는 경계展>이 열리고 있다. 역사 건물은 물론 플랫폼, 열차 안까지 곳곳에 작품들이 흩어져 있어 마치 탐험하듯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사람과 화물을 연결하는 역으로서의 쓰임은 끝났지만 예술 작품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맨발로 자유롭길 바람, 서천 갯벌
송림해안을 따라 이어진 해변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 갯벌이다. 갯벌로 나가는 입구에는 맨발로 나간 주인을 기다리는 신발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서천 갯벌은 5개 읍면 72.5㎞에 달하며 모래 갯벌과 펄이 조화롭게 구성돼 있어 해안선이 아름답다. 자연 그대로의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는 갯벌에는 다양한 종류의 조개류, 해조류, 게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을 먹이로 하는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등 새들에게도 갯벌은 삶의 터전이자 휴식처이다.
푹푹 꺼지는 모래사장과 달리 모래 갯벌은 단단하면서도 쿠션감이 있어 맨발 걷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발바닥 전체에 갯벌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도시에서 맨발 걷기를 하려면 황톳길, 흙길을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양말과 신발만 벗으면 바로 시작이다. 다만 송림과 달리 여름 햇빛이 강할 수 있으니 우산이나 양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갯벌로 들어가는 송림 양끝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가 있어 마무리도 깔끔하다.
▲눈도 즐겁길 바람, 송림동화
송림산림욕장 3주차장 바로 옆에는 붉은 벽돌의 근사한 건물이 하나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송림동화이다. 2개 동 중 1개 동은 전시관(사진)으로 주로 사용되고, 나머지 1개 동은 카페, 기념품점, 다목적 프로그램실로 운영 중이다. 개관 기념 무료로 운영 중인 전시관 건물로 먼저 들어간다. ‘빛과 자연의 동화’라는 주제로 4개 구역에서 각기 다른 빛과 색의 향연이 이어진다. 특히 3개의 벽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체험 공간에는 10개 남짓 빈백 의자가 있어 편하게 누워 감상할 수 있다. 방금 원시 자연을 보고 왔음에도 디지털이 주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은 또 다른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관 건물과 지붕이 연결된 맞은편 건물로 건너간다. 송림과 바다를 향해 난 통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반 테이블 뒤로는 계단식 스탠드가 있는데 통창을 향해 있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솔숲이 눈에 들어온다. 카페에서는 커피와 음료, 베이커리, 그리고 서천군이 제작 지원한 기념품과 홍보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평소에는 출출한 배를 채우고 바다와 소나무 숲을 보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축제나 행사 때는 공연과 전시가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고 하니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느긋하게 쉬길 바람, 판교마을
서천의 마지막 여행지는 판교마을이다. 이 마을의 부제는 ‘시간이 멈춘 마을’이다. 옛것을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겠지만, SF영화의 폐허가 된 마을이 떠올라 도착 전까지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일 뿐, 판교마을의 시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판교극장이다. 입구 왼편에는 영화 포스터가, 오른쪽에는 매표소가 이곳이 극장이었음을 알려준다. 출입문에는 호신술, 낙법, 쌍절봉이라는 극장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적혀 있어 자료를 찾아보니 건립 당시에는 마을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회당으로 활용되었고, 이후 1970년대까지는 극장, 극장이 문을 닫은 후로는 체육관, 2000년대 이후에는 도토리묵 제조공장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마을의 역사가 극장 건물에 모두 담겨 있던 셈이다.
판교마을은 일제강점기 식량 수탈과 징용을 위해 판교역이 만들어지고 장터와 면사무소, 주재소 등이 옮겨오면서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충남의 3대 시장 중 하나였던 우(牛)시장이 생기면서 전북과 충남의 상권이 집중되었다. 한창때는 주민 수가 8000명이 넘기도 했으나, 1980년대 이후 도시화와 건축 제한에 묶이면서 그때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게 되었다.
옛 마을의 흔적은 어느 특정 장소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골목 곳곳에 옛 폰트를 간직한 채 남아 있다. 흡사 마을 전체가 영화 세트장을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문이 닫힌 채 비어 있는 점포도 있지만 옛 간판을 달고 그대로 운영 중인 곳도 많아서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니라 천천히 흐르고 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단층 점포들은 대부분 나무문과 슬레이트 지붕을 얹고 있는데 특이하게 2층 건물이 있어 가봤더니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운영하던 쌀가게로 지어진 적산가옥이다. 지금은 장미사진관(사진)으로 불리는데 옛 모습을 간직한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이외에도 3대가 운영했던 술도가 동일주조, 시장 초입의 삼화정미소, 화려했던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우시장벽화, 판교특화음식촌으로 활용 중인 옛 판교역과 그 앞에 판교역전슈퍼, 공영슈퍼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알고 가세요
장항송림산림욕장은 3주차장이 제일 가깝다. 송림동화에 들른다면 건물 뒤편에 주차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항스카이워크는 엘리베이터 공사로 8월14일까지 휴관이다. 조개잡기 등 갯벌체험을 원한다면 송림갯벌체험장에 문의해 물때를 확인한 후 방문하면 된다. 판교마을을 돌아보기 전 판교면 행정복지센터에 들르면 스탬프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지도를 보며 보물찾기를 하듯 옛 건물을 찾는 재미가 있다. 스탬프를 다 찍으면 그림엽서를 받을 수 있다. ※송림갯벌체험장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788-1(문의 010-2242-5954)
한여름 낮의 캠핑장은 의외로 고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시에스타 관습이 있던가 싶을 정도다. 아이가 있는 여러 가족이 함께 캠핑하기에 좋은 물놀이 시설이 갖춰진 캠핑장일수록, 평소에는 여기저기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땡볕이 가장 강렬한 한낮엔 그마저도 조용해진다.
해가 뜨자마자 물놀이장이 개장하고, 아이들은 실컷 놀고, 어른들은 잔뜩 먹은 뒤 눕는다. 가장 기온이 높은 시간에는 야외 활동이 위험할 정도이기에, 그늘에서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는 것이 제일 현명하고 안전한 선택이 된다. 이른 오후, 태양이 정점을 찍을 즈음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저녁을 제대로 먹을 수나 있을까’ 싶지만 해가 조금만 기울어도 마치 신호처럼 몸이 반응한다. 찌는 듯한 더위가 슬그머니 가시고 다시 일어설 의욕이 생긴다. 지금 기온이 몇도인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안다. 이제는 움직여도 괜찮다고.
그래서일까. 캠핑장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유독 더 맛있다. 나이가 들고부터는 여름이면 뱀파이어처럼 햇빛을 피해 에어컨 바람만 쫓았는데, 자발적으로 자연에 노출된 상태에서 맞는 실낱같은 바람 한 줄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이럴 때의 얼음과 아이스크림은, 여름날을 위해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지혜처럼 느껴진다.
말하자면 아이스크림의 퍼스널 컬러는 여름이라고 할까. 이보다 더 찰떡일 수가 없다. 사람을 살리는 맛이 있다. 캠핑장에 도착해 테이블과 의자를 펴고, 밥을 든든히 먹은 뒤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면, 차갑고 달콤한 무언가가 간절해진다. 그럴 땐 월드콘, 수박바, 더위사냥 같은 익숙한 아이스크림이 어린 시절 추억과 함께 손에 쥐어진다. ‘몸을 좀 움직였으니 먹어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물론 당연히 더울 때는 덥고 추울 때는 추운 캠핑장에서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캠핑장 매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가장 쉬운데 연식이 오래되거나 손이 잘 가지 않는 종류만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캠핑장에 가까운 마트나 편의점이 있으면 가장 좋지만, 조금 방법이 까다로워도 아이스크림을 집에서 직접 가져갈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주로 냉동식품만 넣는 용도로 구분한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드라이아이스를 채워 가져가는 것이다. 얼린 물병이나 냉동식품을 같이 넣으면 서로가 서로의 아이스팩이 된다. 우리는 캠핑카로 이동하니까 이런 식으로 가져가서 캠핑카의 냉장고가 충분히 차가워졌을 때 옮겨 담기도 한다.
그리고 길쭉한 하드나 바형 아이스크림이나 미니컵의 경우에는 요즘 유행하는 보랭 효과가 탁월한 대형 텀블러에 넣으면, 놀랍게도 아침에 넣어도 저녁에 꺼내 먹을 수 있다. 약간 가장자리가 녹아내린다 해도, 꺼내자마자 더운 열기에 급하게 입에 넣어야 한다 하더라도 잠깐의 인공적인 냉기가 캠핑장에서도 다시금 문명의 발달에 감사를 보내게 한다.
매점에서 파는 ‘더위사냥’도 좋지만아이스박스·텀블러로 특급 공수한아이스크림과 함께하는 여름도 환상
시원한 콜라에 얹으면 ‘콜라 플로트’탄산수에 멜론 시럽 넣고 ‘멜론 소다’새빨간 체리 절임 꽂으면 다방 변신
아포가토보다 간단하고 ‘어른’답게칼루아 리큐어에 우유 넣고 얹어서나른하게 ‘칼루아 바닐라 밀크’ 만끽
만약 우리처럼 아이스크림을 어떻게든 챙겨 오는 집이라면, 한여름 캠핑장에서 꼭 ‘아이스크림 소다’를 만들어보자. 탄산음료나 탄산수에 시럽을 넣고 아이스크림을 얹으면 완성되는 이 음료는 ‘소다 플로트(float)’라고도 불린다. 필라델피아의 로버트 매케이 그린이란 사람이 얼음이 떨어진 자리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어 음료를 판 것이 그 유래라고 한다.
몇년 전 펩시에서는 배우 린지 로언을 등장시켜 콜라에 우유를 넣은 ‘필크(Pilk)’라는 레시피를 광고로 소개한 적이 있다. 틱톡 등 갖은 SNS에서 분명 괴식일 거로 생각하고 도전했다가 의외로 ‘마실 만한데?’라는 반응을 보이는 영상이 올라오곤 했다. 콜라에 우유를 붓는 것도, 아이스크림을 얹는 것도 넓은 범위에서 ‘더티 소다(dirty soda)’에 들어간다. 더티 소다는 탄산음료에 무언가를 섞어서 마시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실 아이스크림 소다와 같은 군에 들어가고 비슷한 유제품을 사용하는 만큼 필크도 마실 만할 거라고 생각한다.
휘핑크림을 넣은 음료는 느끼해서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인데,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녹아든 아이스 콜라는 부드럽게 감기는 벨벳 같은 촉감이 있다. 충분히 달콤하고, 유제품 향기가 콜라를 방해하는 일도 없다. 아이스 콜라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콜라 플로트는 재료를 구하기 쉽고 맛도 단순해서 처음 마셔보는 아이스크림 소다로 딱 좋다. 잔에 얼음을 넣고 콜라를 붓고, 아이스크림을 얹으면 끝. 살짝 휘저어서 아이스크림이 콜라 표면에 약간 녹아들게 만든 다음 마셔보자.
참고로 몇년 전 유행한 화사한 컬러의 멜론 소다도 초록색의 달콤한 멜론 시럽만 구입하면 얼마든지 캠핑장에서 만들 수 있다. 시원한 탄산수에 섞어서 보기만 해도 흥이 나는 컬러를 낸 다음 아이스크림을 얹으면 여기가 바로 캠핑장 카페다. 이왕이면 새빨간 마라스키노 체리 절임까지 얹어서 다방을 연상시키는 레트로한 연출을 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모카 포트로 갓 내린 에스프레소를 부으면 커피인지 아이스크림인지 목적이 조금 불분명해지는 카페 메뉴인 아포가토가 된다. 과일 맛 하드 아이스크림을 텀블러에 담아 가져갔다면 그에 어울리는 과일 맛 술을 잔에 따른 다음 콕 박으면 얼음 대용이 되면서 색다른 맛의 칵테일이 완성된다.
그리고 딱 하나만 더, 만일 아포가토보다 간단하고 조금 더 ‘어덜트’한 아이스크림 음료가 필요하다면 칼루아 리큐어를 ‘캠핑 머스트 해브 아이템’에 포함해보자. 칼루아는 내가 티라미수를 만들 때 반드시 사용하기 때문에 작은 병이라도 항상 집에 갖추고 있는 커피 향 리큐어다. 흔히 여기에 우유를 타서 칼루아 밀크라는 커피우유 맛의 초심자용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캠핑장에서 여기에 아이스크림을 얹어보고서야 그간 칼루아 밀크에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단맛이었다. 아메리카노보다 믹스커피가 입에 더 짝짝 붙는 후덥지근한 여름날이면 역시 카페라테보다 바닐라라테지. 거기에다 커피 대신 칼루아를 콸콸 부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어른을 위한 아이스 바닐라라테가 따로 없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겠다고 팔자에 없는 한여름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나와 싹 씻은 다음 아이에게는 콜라 플로트를 쥐여주고 우리끼리 나른하게 마시기에 아주 제격이다. 그리고 낮잠을 부르는 것이다.
칼루아 바닐라 밀크는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컵에 얼음을 넣고 칼루아를 부은 뒤(양을 조절하면 농도와 도수를 취향대로 맞출 수 있다) 기호에 따라 우유를 채운다. 마지막으로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쿠프 크게 얹고, 두세 바퀴 저어서 살짝 녹아들게 만든 다음 호록 호로록 하고 마신다. 진짜 맛있다. 칼루아가 캠핑의 필수품이 되는 순간이다.
< 시리즈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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